Best Before Aks Misyuta

Press release

페레스프로젝트는 액스 미스유타(1984년, 러시아 브랸스크)와 함께 하는 첫 전시인 ≪정점의 직전(Best Before)≫을 개최한다. 회화와 조각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작가의 첫 아시아 데뷔전이다.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명암법)로 그려진 거대하면서도 희미한 형상이 갤러리 공간을 가득 채우며, 때로는 집단적 춤이나 슬픔에 잠긴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실존적 가변성을 숙고하는 고독한 거인으로 묘사된다. 액스 미스유타는 곡예사처럼 민첩하고 우아하게, 때로는 추상의 끝까지의 조형적 스펙트럼을 탐색한다. 캔버스에 새긴 듯, 강한 명암과 그림자로 표현된 그녀의 기념비적인 인물들은 회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상화된 풍경이나 내부 속에서 사라지기 직전인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인물과 배경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은 개인의 경험을 형성하는 사회적, 가족적 힘에 대한 탐구를 암시한다. 이는 그녀의 작품 중 드물게 인물이 없는 <폐기물(Trash)>(전작 2024)에서 절정을 이룬다. 대신, 거친 풍경은 자아를 사로잡는 사회적 기대를 표현하는 증발하는 듯한 웨딩 드레스와 같이 상징적인 물품들로 채워져 있다.

 

미스유타는 자신의 경험과 타인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사전 계획 없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어두운색의 물감으로 첫 번째 레이어를 칠한 후, 오토마티즘에 가까운 무의식적 과정을 통해 사람의 형상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직관과 즉흥성을 포용하는 그녀는 무언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풀어내며 친밀하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그녀의 카타르시스적인 연출의 손놀림은 존재의 복잡성을 함축하는 연상적 장면을 만들어낸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느낌이 풍기는 어스름한 색조와 산뜻한 색감의 터치가 돋보이는 ≪정점의 직전≫의 작품들은 운명에 대한 다각적인 탐구를 펼쳐낸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의 인생길은 개인의 욕망, 사회적 압박, 가족의 기대가 촘촘한 그물망으로 얽혀 있는 태피스트리와도 같다. 미스유타의 작품은 분명한 내러티브가 아닌 은유들로 구성되어 이러한 상충하는 힘들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미지의 선물들(Unknown Gifts)>은 태어날 때 각 개인에게 주어진 고유한 환경, 기술, 도전이 운명의 손바닥 안에 자리 잡고 있음을 상징한다. 존재의 목적은 이러한 초기 조건을 개인의 선택을 통해 개인의 운명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

 

종종 나체와 왜곡된 포즈로 등장하는 미스유타의 인물은 취약함과 의구심을 풍기며, 덩치가 큰 실루엣은 연약한 허울 역할을 할 뿐이다. 풍만하고 거대한 윤곽은 개별성을 배제하는 대신 다수의 원형을 구현한다. 외부의 기대와 상충하는 잠재된 욕망,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위하여 충족되지 못한 개인적 열망과 씨름하는 그녀의 인물은 무겁게 짓눌린 것처럼 보인다.

 

‘나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개인의 성취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시간’은 인물의 손목을 장식하는 시곗바늘이 없는 시계로 상징화되어 작품 내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복잡하면서도 때로는 한정적인 시간과의 관계를 상징하는 이 모티프는 자기 성취를 가로막는 구속 또한 떠올리게 한다. 이는 이번 전시의 조각들인 <추구자(Seekers)>에서도 맥을 같이 한다. 팔이 없는 이 조각들은 수동적이고 무력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정적인 형태 속에는 자아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확실한 형태가 없는 어깨의 윤곽은 날갯짓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잠재적인 변화와 해방을 암시한다.

 

<결혼식들과 장례식들(Weddings and Funerals)>에서 미스유타는 환희와 슬픔이 하나의 생명력 있는 자극으로 수렴되는 열광적인 춤의 장면을 포착한다. 무게감과 유머를 능숙하게 조화시킨 그녀의 작품은 다채로운 감정을 구성한다. 귓가의 속삭임이든 열정적인 외침이든, 인생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는 인간의 탐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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